여름 음식잡담. 잡언

영계백숙/팥빙수




수박

여름하면 떠오르는 음식이 뭐냐고 물어보면 많은 의견들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 질문을 과일로 한정하면 수박이 압도적일 것이다.
적당히 그늘지고 시원한 계곡물에 수박을 담궈놓고 가족친구들끼리  열심히 물장구나 물싸움하거나 하면서 놀다가
땀이 삐질삐질 흐르고 계곡물이 온몸에 스며든것처럼 녹초가 될때즈음에 담궈놓은 수박을 적당히 편평한 돌에 올려두고
잘드는 칼로 '탁!'하고 치면 '쩍!'하고 갈라진 녀석중 반을 석석 잘라서 마음에 드는 놈 한놈 잡고 계곡물에 발을 담궈서 와삭와삭먹으면... 몸이 시원해지면서 상쾌해진다. 
거기에다가 남은 반은 다들 모여서 수저하나씩 잡고 수박을 파낸다음에 사이다를 부어넣으면 멋진 화채가 되지 않는가?
손바닥만한 참외가 부러울소냐. 설탕범벅인 토마토가 부러울소냐.
역시 여름과일은 수박이 최고다.



콩국수



냉면

냉면이 원래 겨울음식이였다는 블로그 이웃분의 글을 본적이 있다.
(어렴풋한 기억력으론 찬별님의 이글루였던거같은데 글찾기가 힘들다. 담에 찾아봐야겠다.)
하기는. 옛날에는 얼음을 구하기가 힘들었을테니 말이다. 게다가 영양섭취를 하기도 힘들었을거다.
그러니 가족들끼리 모여서 살얼음 동동 뜬 동치미국물에 삶은 면을 넣어서 고기나 계란,고명등을 올려서 영양보충을 한거겠지.
하지만 시대가 변해 이제 냉면은 훌륭한 여름음식이 되었다.

뭐. 같은 냉면이라고 해도 집집마다 각자의 특징이 있고, 부산에서는 냉면이 아니라 밀면을 먹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대부분의 냉면들이 가지는 공통점은 약간 비린듯 개운한 살얼음이 동동 떠다니는 육수에 담긴 적당히 질긴 면발
아삭한 배조각과 총총썰인 오이,당근등의 채소류.널찍히 깔려있는 고기한점과 비장의 양념, 그리고 장식의 정점을 찍는 계란반쪽.
이 데코레이션은 우리나라의 남녀노소 누가 보더라도 '아. 이것은 냉면이구나'하고 생각할 수 있을거다.

이런 냉면을 먹는 방식은 사람마다 제각각이겠지만. 일단 내가 먹는 방법을 말해보고자 한다.
일단 위에 있는 고기를 집어'나중에 보자'라고 마음속으로 인사하고 바닥 제일 밑에 깔아둔다.
그리고 젓가락질 두번으로 계란을 4조각 낸 다음 마음껏 비빈다.
적당히 비볐다 싶으면 한 덩어리가 된 면과 양념.고명들을 양손에 젓가락 한짝씩 잡고 뚝뚝 끊어준다.

(일부 냉면집에서는 냉면을 상에 내려놓는 동시에 가위를 가져와서 내 눈앞에서 4등분을 내고 만족스러운듯 가는 집이 있는데.
이런집은 싫어하는 편이다. 마찬가지로 썰려서 나오는 돈가스라던가, 미리 뭉개트려서 오는 파스타볼도 마찬가지다.
이런거 볼때마다 음식을 자르거나 비비거나 양념을 가하는등등의 먹는사람이 누려야 할 즐거움을 뺏아가는 기분이 든다.
만약에 면을 잘 못자르는 사람이 있으면 냉면을 가져올때 가위를 가져오면 그만이지 않는가?)

그렇게 잘려진 냉면을 한젓가락 집어 후룩후룩하며 면과 국물과 양념의 조화를 맘껏 느끼면 된다.
(길다 싶으면 젓가락과 가위로 살짝 살짝 잘라주자.) 면을 다먹고 생기는 약간의 허전함은 아까 접시에 담궈져있는 고기 한점을 꺼내 먹으면서 달래고 국물은 조금씩 먹으면서 육수의 맛을 느껴보는거다.
다먹으면 어느새 더위는 달아나 있을것이다.

장어덮밥

냉차.

그해 여름은 유달리도 비가 안오고 더웠던 날로 기억한다.
그해 여름 어느날, 오전에 남포동을 정처없이 걸었었다.
뭐때문에 남포동까지 갔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친구녀석이 밥사준다고 해서 간건지, 카페정모였는지, 인터넷으로 상품거래하러 간건지...
하여간 약속은 파토가 났고. 짜증이 난 나는 남포동에 왔으니 뭔가 의미있게 놀아야겠다고하며 집에 안가고 믱기적거리는 객기를 부렸었다.

몇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루중 제일 더운 시간이였으리라.
바닥에 열기가 올라오는게 보이고 골목 구석구석에 고양이들이 더위먹은 개마냥 처져서 '저게 고양인가 개인가?'하고 착각을 일으키게 하였고. 심지어  몸에 뿌린 물이 증발하는것도 느껴졌다. 이대로 가다간 더위에 미칠것 같아서 그나마 그늘이 많은 시장쪽으로 가기로 했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악화되었다. 위의 천막이나 지붕들이 햇빛을 어느정도 막아주었지만. 더위는 여전했고. 공기가 순환되지 않아 끈적하고 텁텁한 공기가 내 몸에 엉겨붙었다.
제정신을 유지하기 힘들거 같았던 나는 뭔가 날 구원할 만한 먹을거리를 찾고 있었다.

어디선가 방울소리가 들렸다.
뭔가 하고 봤더니 어렸을때 시장에서 많이 보았던 '냉차아지매'였다.
선반으로 짠듯한 특유의 '스뎅'리어카엔 '냉차, 냉커피, 쥬-스, 녹차'등등의 글씨가 원색으로 적혀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암거나 많이 주이소'라는 아무거나 좋으니 제일 많이 줄 수 있는것으로 달라는 원색적이고 추상적인 주문을 하였다.
그러자 '아지매'는 피식 웃으면서 상표가 없는 유리병 몇개에서 누렇고 허연 가루를 여러숫가락 떠서는 컵에 담고는 밑의 서랍을 열어 얼음 3개정도를 집어 넣었다. 그리고는 안에서 페트병을 꺼내 물을 붓고는 빨대로 저었다.'날 듭제?' '아이구.죽겠네예' 아지매는 말을 걸면서도 간간히 컵을 보며 배합정도를 확인하는 세심함을 보였다.

'였다. 무라.'
건네받은 플라스틱컵에는 약간 녹은 얼음 3개가 연분홍빛 액체에서 회전하고 있었다.
'잘 물께예'라고 말하고 빨대를 빼고 한모금 마셨다. 엄청난 달달함과 미미하게 느껴지는 복숭아의 시큼한 맛이 입안에서 맴돌았다. 엄지손가락 한마디만한 얼음이 입안에서 맴돌았다. 그것뿐이였다. 그것뿐이였는데도 몸이 훨씬 시원해진 느낌이 들었다.
남은 음료수를 다 먹고 물었다 '얼만데예?' '고마가라.' 쿨한 아지매의 대답에 감사함과 뻘쭘함에 몸이 굳어버렸다.
'더버가지고 흐득그리길레 준기니까 담에 와가꼬 사무라.'
상쾌하기 그지없는 답변에 허리를 꾸벅 숙여 감사함을 표하고 집으로 돌아오는길. 바람이 기분좋게 불었다





@ @ @ @ @

일단. 제가 알고있는 여름음식들을 다양하게 표현해봤습니다.

혹시 '이거 빠졌잖아!멍충아!'하시는게 있으시면 가감없이 담아주시기 바랍니다.




덧글

  • 지나 2010/07/21 21:31 #

    나도 수박 강추~!!! 이탈리아 수박 대박 맛있어... 어느 걸 쪼개도 설탕물~!!!
    결혼식 직전에 급 다이어트한다고 -_-;;; (이태리까지 다 가서) 며칠간 저녁으로 4분의 1통씩(!) 먹었지... -_-;;;

    팥빙수 노래는 안 올려?!! 영계백숙~ 다운받아 듣다가 빵 터졌던 노래...
  • 차원이동자 2010/07/21 21:43 #

    쭉들어봅슈!
  • 들꽃향기 2010/07/21 22:01 #

    이빨이 녹아버릴 정도로 달고 시원한 냉차가 그립네요 ㅎㅎ 이제 우리 시절에는 불량식품이라고 많이 까이기도 했고, 요즘 부활(?)한 것들은 그 달달함이 없어서 좀 슬픕니다. 어흑 ㅡㅜ
  • 차원이동자 2010/07/22 16:48 #

    아이스티보다는 냉차가 정겹고 싼느낌이고(사실 더 비싸지만)신기하죠
  • MEPI 2010/07/21 23:10 #

    수박은 해변에서의 수박깨기~!?(읭?)
    며칠전에 그토록 먹고싶던 수박을 먹을 수 있어서 좋더군요... ;ㅁ;
  • 차원이동자 2010/07/22 16:49 #

    읭? 일본에서말입니까?
  • MEPI 2010/07/23 10:55 #

    아뇨 한국에서 먹었어요... 여긴 비싸요 뭐든지... ;ㅁ;
  • 류기아 2010/07/22 09:13 #

    돈이 없어!!!!!!
  • 차원이동자 2010/07/22 16:49 #

    녹차잎 떨구고 찬물이라도 부어서 냉차마시세요.
  • Kokiri Mama 2010/07/22 16:12 #

    아흐...콩국수 사진에서 눈물이 핑도네요~~!!넘 먹고싶당
  • 차원이동자 2010/07/22 16:49 #

    외국이신가보군요. 먹고싶은거 못먹을때가 제일 서럽죠.
  • BC-304 2010/07/29 10:53 #

    장어덮밥을 제외하고 모두들 여름철 더위를 이기는데 도움이 되는 맛있는 음식이지요.
    일부 냉면집에서의 행태는 저도 좋아하지 않는 편이고, 냉차를 주신 아주머니 이야기는 훈훈하기 그지없습니다...
    덧붙이지면, 과일(블루베리, 석류 등) 식초에 시원한 물을 타먹는 것도 좋습니다. 과일 식초 값이 비싸다는 것이 문제지만...
  • 차원이동자 2010/08/03 18:22 #

    그냥 식초에 각설탕도 꽤 괜찮다우? 혹은 말 그대로 과일을 갈거나.
  • 찬별 2010/08/03 13:19 #

    냉면=겨울음식이라는 이야기는 아마 제가 했을 것 같네요.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는 찬 육수는 겨울에만 구할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더운 날 찬 것을 먹는게 더 시원하죠;;
  • 차원이동자 2010/08/03 18:24 #

    역시 그랬었어.그런데 찬별님이 적으신 글을 찾을 수 없는지라 링크를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살얼음 동동 육수가 냉면의 꽃이니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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